김대중 노무현을 사랑하는 느낌이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독함과 모든것이 달겨 드는듯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것

"그림자경제학"과 "한국을 생각한다"라는 책 두권을 낸지 보름이 지났다.
먼저 책이 잘 팔리는지 안팔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듯 한데 그에 대한 답변부터 하자면 잘 팔리는것도 아니고 안 팔리는것도 아니란 다소 이상야릇한 말로 대신해야할듯 하다. 책을 내자마자 주요판매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베스트셀러라는 명패를 달았다라는 점에서는 잘팔린다고도 말할수 있겠지만 그래 봐야 결코 큰돈을 벌수는 없으니 잘팔린다고 말할수 없는것이다.
책을 써서 제대로 돈을 벌려면 신경숙,김진명,유시민,공지영 같은 티켓파워가 있는 슈퍼작가들이어야 할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김용철,신정아처럼 최소한 일회성이라도 언론을 통해 화제거리의 큰 중심에 올라서기라도 해야 한다.
그 둘 모두를 관통하는것은 무엇일까. 바로 언론이다. 나에게는 그 둘 모두가 없는것이다. 결국 언론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책을 내자마자 출판사 측에서 일상적업무 차원에서 주요언론사에 책을 보내긴 한 모양이다.
그 결과 조선일보와 한겨레측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고도 한다. 한겨레측에서는 간단한 몇가지 질문을 던진 수준이었지만 주간조선에서는 심층인터뷰를 원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변은 사양이었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조선일보가 내가 말한 진의를 그대로 담아줄까하는 우려다. 다른하나는 내책속에서 보수언론들이 강력한 비판의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김대중,노무현에 호의적이고 한나라당, 삼성,보수언론에 비판적인 내 담론이 조선일보속에서 제대로 다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소리다.
이 지점에서 오래간만에 조선일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삼성을 고발하려는 김용철이 조선일보와 접촉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측에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중앙일보가 삼성의 위장계열사고 동아일보가 삼성의 사돈인 이상 삼성의 비리를 제대로 다뤄줄만한 보수메이저언론은 오직 조선일보뿐이었는데 그 조선일보마저 삼성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길 거부한것이다.
조선일보가 거부하자 한겨레도 주저했다. "한겨레만 단독보도할 경우 주류언론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삼성비리는 진실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른끝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이름을 빌리고나서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질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점은 조선일보의 포지션이다. 조선일보는 보수언론으로서 사실상 한몸인 동아 중앙과 신문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호혜적 관계다. 이는 삼성을 제대로 건들일수 있는 유일한 실질적영향력을 지닌 매체란 이야기다.
그럼 대체 그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것일까. 조선일보의 열혈독자층? 그 열혈독자층 대부분이 우리사회의 주류기득권층이기 때문에 조선일보의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것일까. 나는 거기에도 일정부분 그런 이유가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한겨레신문같은 식의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논조에서 조선과 각을 세우는듯 하면서도 조선과 함께하지 않으면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될수 없음을 자인하고 들어가는 낮은자세 말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만약 한겨레와 심층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려면 조선일보와 먼저 인터뷰를 해야할것이다. 그래야만 한겨레가 이것이 이슈화될 소재라고 보고 움직이려 들것이기 때문이다. 물론,이 구조가 시장지배력에 따른 어쩔수 없는 종속구조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종속구조에 따른 일상화된 행태때문에 그 시장지배력이 다시 강화되는 역방향 측면도 있다는 이야기며 어찌보면 그것이 더 중요할수 있다라는것이다.
비단,한겨레같은 민주개혁진보언론만이 문제인것도 아니다. 민주개혁진보진영의 시민도 문제다. 언론,도서,출판시장등에서 보수담론이 판을 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조선등의 보수언론과 보수지식인들의 세가 강력하기 때문일까. 그게 과연 이유의 전부일까.
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것이다. 이유는 민주개혁진보 진영의 시민들이 담론분야에서 돈을 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소비시장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것이다. 그들은 신문을 안보고,책을 안 읽고,출판물을 사지 않는다. 다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입으로만 글로만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떠들 뿐이다. 그러니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더딘것이다.
오죽하면 돈을 걷어 한겨레신문,경향신문을 대량으로 사서 배포하는 진알시같은 문화운동까지 벌어지고 있겠는가. 예전에도 이런 부분에 있어 강준만교수 같은 사람이 진보 월간지를 10만부 이상 규모로 키워보려는시도를 한적이 있다. 역시 실패했다. 도무지 돈을 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딴세상일이라는 식으로 무관심하듯이 민주개혁진보진영의 담론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일에 대해서도 역시나 무관심한것이다. 돈이 언급되면 그것은 곧 비도덕적인것이며 불결한것이라고 발끈하는 사람들의 숫자역시도 많다. 결국 무일푼거지꼴을 해가지고서는 저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지닌 시장만능주의자들과 싸워야만 하는것이다.
그러니 자산 수백조원에 연간 수십조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주요언론사들에 연간 수조원의 지원을 하는 삼성같은 기업의 횡포를 대체 무슨수로 막아낼수 있다는 말인가.
내 책은 거기서도 한발 더 나아간다. 한나라당,삼성에 호의적이라면 조선,동아,중앙등이 다뤄줄수 있을것이다. 민주당에 호의적이라면 한겨레가 다뤄줄수 있을것이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호의적이라면 오마이뉴스,프레시안등이 다뤄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내 책은 한나라당 삼성에 비판적이고,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비판적이고 그들 모두가 싫어하는 김구 김대중 노무현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등에 호의적이다.
이번에 책을 내면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제발 유시민이야기는 빼라"는 이야기를 수도없이 들었다. 만약 빼면 책을 사줄수도 있으나 집어 넣으면 절대 안살것이라는것이다. 왜 스스로 자꾸 운신의 폭을 축소시켜 들어가느냐는 의아함을 표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유시민을 좋게 보느냐. 나쁘게 보느냐는 나의 관점이며 그 관점은 오로지 나의 양식에서 우러러 나오는것일뿐이다. 단지 책이 팔리는데 도움이 될것이냐 아니냐는 전혀 하등의 문제가 될수 없다는 이야기다.
예전 김대중이 보수언론사 세무조사를 할때 역시도 그런 불평불만이 많았었다. "제발 언론사는 세무조사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누구 죽는꼴 보고 싶으냐"는 항변인것이다. "언론사와 한번 척을 지면 정치 인생은 결코 곱게 끝나지 않을것이라는 협박반 경고반의 지적도 줄을 이었다.
노무현이 취재선진화계획을 추진할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득언론과 신생언론,보수언론과 진보언론사이의 벽을 허물고 공정한 취재 환경을 조성 한다고 했을때 보수언론보다 더 흥분한것은 진보언론이었고 보수정치인보다도 진보정치인이었다. 그때 가장 많이 나온말중의 하나가 바로 "특혜는 못줄망정 쪽박을 깨다니"라는 울분이었다. 정의을 내세우는 노무현을 진보언론이 특혜를 내세우며 난도질한것이다. 언론탄압 운운하면서 말이다.
결국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정치도 담론시장도 실패한다. 보수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진보언론의 힘을 빌릴수도 없다.
이런 상황속에서 나같은 평범한 시민은 과연 어디로 가서 누구의 힘을 빌려야만 옳은것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인터넷뿐인것이다. 글을 쓰고,말을 하고,책을 내고,간행물을 내고,그것이 퍼져나가는 지식생태계 문화구축의 핵심키워드는 인터넷뿐이라는 이야기다.
이 생태계속에서 견고한 축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지 않고서는 김구,김대중,노무현정신의 핵인 제대로 된 "문화운동의 보급"이란 구현불가능할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성근,명계남 이야기를 한마디만 하고 끝을 낼까한다. 요새 문성근이 생업인 영화는 뒷전으로 미룬채 백만민란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운동의 효용에는 비판적이며 예전에 그와관련된 글을 쓴바도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신뢰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
흔히 연예인,스포츠스타가 정치에 관여하면 뒤끝이 안좋다고들 한다. 이것은 잘못된것이다. 모든 연예인,스포츠스타는 정치적인 견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치활동에 다양하게 참여할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나는 유재석,강호동,김연아,박지성등 소위 안티없고 적없는 스타들이 꼴보기 싫다. 예전에 김연아의 인천송도 부동산투기를 비판하는 글을 쓴적도 있지만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으면서 만인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식으로 행동하는 스타들의 행태속에 내재된 공동체구성원으로서의 무책임함을 혐오한다는이야기다.
"유재석이 왜 정치이야기를 해야 하는거죠?" "김연아는 제발 건들지 말고 그냥 놔둬" 그 말들속에 담긴 애정과 진의는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고 얻어가는것이 많은 스타들일수록 받은만큼 돌려줄줄 아는 헌신이 필요하다. 정치에 참여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정치적발언을 하고 정치적글을 쓰고 집회에 자유롭게 참여할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피한다면 대신 그 공백은 수많은 이름없는 시민들이 훨씬 수고로운 고생으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명계남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최근의 비난과 조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채CF속에서의 그의 모습은 분명 코미디다. 무덤속 고인은 노무현이며,무덤을 잘못찾아 헤매는식의 내용설정은 노무현을 조롱하는것이다. 서민과사채가 서로 상극이라는 점. 정치에 뛰어들었다 죽도 밥도 안된채 어렵게 살다가 사채 CF라도 한편 찍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점도 분명 안타깝다. 그러나 그렇다고 명계남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며 명계남을 마치 반면교사로 삼고있을 대다수 연예인,스포츠스타들의 행태가 역겨울 뿐이다. 그것을 뛰어넘어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연예인스타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없을것이다. 명계남의 저런 모습에서 얻어야할 교훈은 바로 참여여야 할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모든것을 다 얻을수는 없다. 정치 참여 또한 그러하다. 더욱 그러하며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그러하다. 그것을 피할수있는 길은 언로,담론시장 그리고 정치에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참여하는것뿐이다. 지적으로 성장하고 양식적으로 성장하며 고통과 시련을 견뎌내고 이겨낼수 있는 지혜와 인내의 부분에서 성장해나가면서 말이다.
김대중 노무현을 사랑하는 느낌이란 바로 그런것이 아닐까. 왜 그 둘만 언론과 싸우며 고립되어야 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로움과 무서움을 느껴야 했던 것일까. 왜 그 둘만 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했던것일까.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외로움과 무서움을 회피하고 전가하려는 대다수사람들의 위선에서 찾을수 있을것이다. 좋은정치를 공짜로 얻어내려는 심리. 고통스러운 부분은 피하고 싶은 심리. 그런 심리속에서 좋은 사람들은 죽어가고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꿈 역시도 자꾸만 희미해져가고 있는것이다.
누군가는 분명 노력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있다. 바뀌길 원하지만 노력하지 않은채 팔장 끼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차라리 바뀌길 원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포기하면 될텐데 그럴 가능성 또한 없다라는것이 바로 문제인것이다.
결국 그렇기에 누군가는 또 더 노력하고 혼자 과부하가 걸린채 쓰러질수 밖에는 없는것이다. 정의로운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세상,착한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세상. 정치와 언로를 외면하면서 다른 사람이 깔아놓은 길로만 편하게 뒤이어 내달리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 그리고 그 사람들 머리속에 가득한 지금 이대로는 안되며 뭔가 바뀌어야만 한다라는 막연한 생각.
그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낼수 있을때 우리는 비로소 김대중 노무현이 진정으로 꿈꾸던 세상과 만나게 될수 있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바램이 바로 내가 책을 쓴 유일한 이유다.
ⓒ슬픈한국&사회적네트워크&2011년 5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