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쯤 전인가?
xx제화에서 나온 당시 20여 만 원 했던 사진의 구두가 너무나 보기가 좋았었다. 어디선가 한 번쯤 티켓도 받았던 거 같고 그 뒤로 살 기회가 있었지만 난 그 구두를 지금까지 차일피일 못 사고 살아왔다.
오늘 이 구두가 명품은 아니고 또 싼게 비지떡이라고 신으면 얼마나 불편할지는 모르나 요즘 29,800원에 광고가 자주 나와 내 지난 아쉬움을 끄집어내고 있다.
꼭 사고 싶고 가지고 싶은 마음, 내가 사려는 건 명품도 비싼 것도 아니지만 한 달 힘들게 일해 받은 월급보다 비싼 럭셔리 브랜드들을 갖지 않으면 뒤쳐져 보이는 대한민국, 남들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된장 기질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의 상술 때문에 동대문에서 2만 원짜리 짝퉁을 20만원에 구입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
이 번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의 공개수업(소 운동회)에 유달리 눈에 띄게 어깨에 명품 빽을 메고 다니는 맘이 있었는데 내가 당시 그토록 멋있어했던 구두처럼 고급스럽지도 멋있어 보이지도 부러워 보이지도 않았던 이유는 뭐였을까?? 요즘 부자들이 너무 많고 또 짝퉁도 지천에 깔려서 일까? 아니면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고 내가 싸구려 사람이라서 그랬을까?
머리 질끈 동여매고 하얀 티에 청바지 그리고 흰 운동화를 신은 맘이(학부모엄마) 내 눈에는 훨씬 이뻤는데 난 늙어서도 파머 머리보단 생머리를 고집하는 변할 수 없는 촌놈이 아닐까? 어쨌든 29,800원 짜리는 기어코 사서 신어 봐야겠다.
백화점 명품세일에 죽기 살기로 달겨드는 사람들을 티비에서 보면서 씁쓸한 마음과 명품을 선호하는 건 된장녀뿐이 아니고 인간의 잠재된 욕망이 아닐까하는 그런 줄거리였는데 엉뚱한 곳으로 흘러 버린 것 같다.
노력하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그래서 부자들에 대한 경멸이 더 크고 또 욕망이 큰 현실에서 그 만큼 부자가 되고 싶고 잘 살아서 자식들에게 넉넉하게 해 주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 어쨌든 나는 운명적으로 20만 원 짜리 구두를 29,800원에 사서 폼을 잡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