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김대중 노무현시절에 단행한 인사중 가장 성공한 인사와 가장 실패한 인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뜬금없이 인사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뜨악해 하실분도 계실것입니다.
한명숙대통령론을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인사 이야기라니. 그러나 이 부분을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한명숙이 왜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라 할수 있습니다.
김대중 정권출범 당시 그가 가장 고심했던 장관자리가 어느 자리인줄 아십니까. 김대중은 대한민국의 "대표진보주의자"입니다. 진보하면 일단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복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것입니다. 틀렸습니다. 진보의 가치,철학,노선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교육"입니다.
진보정책은 사실상 교육에서 시작해 교육에서 끝이 나는것입니다. 그럼 진보에 있어 중요한 정책이 오로지 교육뿐이라는것인가요.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의료,주택,노동,복지,조세등의 정책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말입니다. 국민의정부 초기 당시 김대중은 "피를 흘릴것"을 주문했다는것입니다. 당시는 외환위기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상황입니다. 따라서 협약에 따라 예산을 대폭 삭감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교육예산 삭감이었습니다. 이 말은 교사를 짜르라는것이었습니다. 또한 촌지 관행을 혁파하고 사학비리를 척결하고 교육평등정책을 강력히 구사할것도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다 도망갔습니다. 여당 대표보다도 좋다는 장관자리 희망자가 단 한명도 없었던것입니다. 김대중이 부탁이라도 할라치면 "대통령님,저를 미워하시나요. 그게 아니라면 왜 저보고 죽으라고하시나요"라고 말하며 거부했던것입니다.
이 자리를 하필 이 시기에 맡으면 그 사람의 정치생명은 끝이 날것이 뻔했기 때문 입니다. 할수없이 김대중은 이해찬을 불렀습니다. 이해찬의 "미래 정치생명"이 밑바닥으로 쳐박히는 순간이었습니다.
국민들은 개혁을 원합니다. 그러나 막상 개혁하면 그 사람을 죽입니다. 사학을 건드리면 보수가 저항하고,교사신분과 촌지를 건드리면 교사가 저항하고,평등을 건드리면 학원이 저항합니다. 학부모와학생들은 사학,교사,학원을 개혁하길 원하지만 막상 그들이 저항하여 나라가 시끄러워지면 금새 피로감을 나타냅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진보 진영은 대동단결해 개혁 당사자를 처단하려 드는데 핑계는 한결 같습니다. "개혁의 방향성은 옳지만 방법이 옳지 못하다" "개혁의 주체를 객체로 전락시키는 개혁은 성공할수 없다" 라는 식인것입니다. 그리고 향후 있을지 모를 추가개혁을 막기위해 외형상 개혁당사자를 피투성이로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입니다. 그래야 차후라도 감히 총대를 메고 개혁에 나서겠다는 인물이 없을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할수 있겠나." 이해찬-"제가 하겠습니다."
그 후,지금 이 순간까지도 보수진영이 이해찬을 죽이는데 사활을 걸고있는 이유가 바로 사학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진보류들이 이해찬을 죽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그보다 더 추악한데 진보의 핵심 의제인 교육개혁의시발이 바로 "이해찬"이라는것을 죽어도 인정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진보류들의 추악한 내면인 촌지문제등의 내부부패문제를 개혁하려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참을수 없었던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보수 진보할것없이 이해찬하면 고개를 젓는것입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지지자들에게 이해찬은 "정신적 지주" 입니다. 개혁을 원하지만 막상 개혁하려 들면 저항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인해 금새 내동댕이 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역사적 평가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드디어 그고충을 깨닫고 다시 찾게되는것입니다.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려들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이 정동영,김근태에게 "둘중에 누가 보건복지부장관 맡아서 산적한 현안 해결할래"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둘은 뒷걸음질 쳤습니다. 그리고서는 피투성이는 안되면서 폼은 있는대로 다 날수있는 통일부장관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세대결을 벌였습니다. 결국 거기서 패한 김근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는데 그는 장관을 하면서 그냥 별성과없이 내려왔습니다.(이때의 공직자로서의 안좋은 평가가 김근태를 결국 대선후보군에서 탈락 시키게 만듭니다.)
유시민-"제가 하겠습니다" 노무현-"괜찮겠나"
그러나 이번에는 여권에서 강력반발했습니다. 막상 하라고 하면 다 피하면서 유시민이 하려고 하자 "개혁하라고 하면 다 도망가니 결국 유시민이 나설수밖에 없었다"라는 훗날의 역사적 평가가 걸려 쳐내려 들었던것입니다.
맡으라고 하면 죽을까봐 안맡고, 이해찬 유시민이 막상 맡으면 "개혁한 정치인 다 내쳐버리자"라고 나옵니다.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어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개혁하겠다"는 흰소리로 차지하려 듭니다.
이게 바로 개혁의 dilemma인 것입니다. 어떤 분이 예전에 "개혁이란 무엇 일까요"라는 질문을 한적이 있습니다. 저는 담담하게 대답 했습니다. "개혁이란 칼로 먼저 자신의 배를 찌른 뒤에 등까지 뚫고 나간 칼로 다시 상대방을 찌르려 드는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자신도 죽잖아요? 네,죽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은 죽었습니다. 이해찬 유시민의 대중성도 짓밟혀서 되살아기가 쉽지않은 상황에 놓여있게 된것입니다. 일단 한번 개혁하면 "죽을때까지 비토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신 국민들은 그들이 피흘리고 개혁하며 죽어간뒤 그위에서 펼쳐진 이전보다 조금 더 아름답고 사람내음 나는 세상에서 살아갈수있는 권리를 누리게 됩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또다시 누군가에게 개혁을 요구하는것입니다.
자,본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김대중은 이해찬을 가장 아꼈지만 그를 죽는 길로 밀어넣었습니다. 노무현은 유시민을 가장 아꼈지만 그를 죽는 길로 밀어넣었습니다.
김대중이 역시 아꼈던 노무현에겐 해양수산부 장관자리를 맡겼습니다. 별로 빛은 안나지만 피흘리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은 대통령이 될수 있었던것입니다. 노무현이 역시 아꼈던 한명숙에겐 환경부장관 국무총리 자리를 맡겼습니다. 역시 별로 빛은 안나지만 피흘리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한명숙이 강력한 대선후부로 부상하고 있는것입니다.
그럼 노무현이나 한명숙은 결과적으로 어부지리를 차지하는것 아닌가요. 네,그렇게 볼수도 있습니다. 그럼 싫은데요. 왜냐하면 차기대통령은 강력한 개혁으로 피흘리면서 투쟁할수 있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하거든요.
그게 바로 개혁의 dilemma라는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것은 무엇이냐 하면 노무현,한명숙은 비록 피투성이가 아닌 장관자리를 맡았던 사람이지만 가슴속에 그것의 부채의식을 잘 간직했던 사람이라는것입니다. 즉,노무현 한명숙은 이해찬 유시민의 가치를 잘 알고 그것의 최후 바톤을 이어받을 자질을 가진 주자라는것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은 결국 죽은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명숙이 대통령이 되면 결국 그녀도 피흘리며 싸우다 죽어갈수 있습니다. "허헉! 한명숙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좋지만 죽게 하기는 싫어요! 무서운 말씀 하지 마세요. 한명숙만큼은 멋지게 대통령직을 수행한후 박수받고 내려와 행복한 여생을 보내게 만들어 드려야 합니다" 라고 반론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대통령이 된후 가짜로 개혁하는척 시늉만 한뒤 수구보수와 진보류들과 적당히 빌붙어 놀다가 내려오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더욱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게 될것입니다. 목숨은 건질지 몰라도 대신 역사적평가가 시궁창에 쳐박히게 될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면 퇴임후 죽을수도 있어야 하고,그 전에 재임중 가까운 사람중 누군가는 이해찬 유시민처럼 피투성이로 만들어야 하며 누군가는 노무현 한명숙처럼 후일을 위한 "씨앗"으로 뿌려 두어야 합니다.
너무 슬프고 잔인한데요라고 생각하실것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그렇게 발전해 나가는것입니다. 더이상 그런 피 없이도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하며 나아갈수 있는 시대가 오기전까지는말입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이 그런 시대를 만들고자 "정치보복"을 중단했던것입니다. 그런와중에 개혁을 최대한으로 밀어붙이면서 자신의 후임들은 피투성이가 되지 않도록 만들수 있는 그런 정치토대를 만들려다 죽어간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노무현 서거 식장에서 김대중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바로 그러한 슬픈한국의 정치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죽어가는 순간에는 담담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서거를 하였습니다.
그럼 그 미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김대중 자신 포함 노무현과 그 이후의 죽음들이 이 땅위에 만들어 내고 만들어낼 아름다운 인생과 역사의 발전에 대한 미소였을것입니다. 아름다운 인생은 누군가의 피투성이 위에서 아름답게 꽃피어난다라는 역사의 발전에 대한 미소말입니다.
가슴 아프고,답답하고,미여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웃을수도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런 슬픈길을 웃으면서 걸어가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피투성이를 줄여낼수 있는 길은 결국 국민 전반이 깨어나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때까지는 처절하긴 하지만 누군가는 결국 계속 죽어줘야 합니다. 드디어 무임승차를 깨닫고 비용을 내겠다라는 시민이 많아질때까지 말입니다.
야생마님//그게 바로 핵심입니다. 그걸 안다면 누가 대통령후보가 되느냐를 놓고 싸우지 않을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명숙,이해찬,유시민 지지자중 그들의 진면목을 모르는 지지자들이 많은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냥 무턱대고 대동단결해야 하니 비판은 일체 삼가고 다 뭉치고 일단 여기저기서 힘을 빌려와 정권창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오류도 바로 거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런 인간들의 100%는 정치국물이거나 아니면 무뇌지지자입니다. 어느쪽이든 이런 인간은 결국 훗날 우리 모두에게 화근이 됩니다.
여유앤미소님//차기후보로 이해찬이 될지,유시민이 될지,한명숙이 될지는 저도 모르며 제관심사도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것은 최소한 부자격자여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민주 진보 개혁진영이 매우 어수선한것 같아 보여도 이번에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인물을 부상시켜낼수 있으리라고 저는 기대합니다. 죽을 길로 가는 후보자리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달겨들기만 하는 후보나 그 지지자들은 떨어질것이요,진중하고 숙연하게 뚜벅뚜벅 나아가는 후보나 그 지지자들이 있다라면 바로 그 사람이 될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