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 보이지 않는 손(Lee"s invisible hand)
-역사에는 무한대의 길이 점철되어 있지만 오직 하나의 길로만 펼쳐진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이명박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명박이라 써놓고 쥐라고 읽는다. 그 쥐는 김대중 노무현시절 자랑스러웠던 한국을 창피한 국가로 전락시켜 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기만적인 치유책으로 이 사회에 한가닥 희망을 품고 싶어하는 이들이 의지할만한 거의 모든것을 불과 3년만에 송두리째 박살내 놓았다. 남은것은 수치스러운 절망속에서의 긴장 뿐이다. 그 긴장 속에서 독재자의 딸이자 무뇌 닭대가리인 박근혜가 차기대선후보 선두를 폭풍처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질주는 가짜다. 우울함과 공허함 속에서 지치고 피곤해진 사람들의 일시적인 경멸 표시일뿐이다.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말과 글속에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채 방황하는 틈을 탄 반란의 허상에 불과하다. 해결책을 제시할수록 오히려 고갈되어 들어가기만 하는 공명의 기운 쇠잔 그 나락의 말기적 징후에 지나지 않는것이다.
그속에서 우리 가슴속에 희망의 바람이 과연 다시 불어닥칠수 있을까. 그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보수의 계략과 진보의 기만을 절실하게 이해할수 있어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GDP성장은 더이상 행복의 척도로 간주될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이것이 과연 누구의 생각이냐 하는 점이다.
놀랍게도 그건 보수의 생각이다. 주류경제학자중 누구도 생산성장이 궁극적인목표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GDP가 성장해야 생활수준이 올라갈 여지가 커진다고 말해왔을뿐이다. 커진소득이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것이다.
주류기득권 내부에서 처음으로 제로성장,탈성장 이야기가 나오게된 계기도 아무리 경제가 성장해봐야 분배매카니즘이 고장나 양극화,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자본주의는 한계에 도달할수 밖에 없다라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어느 학문이나 보편성을 가지려면 과학적 합리성을 띠어야 한다. 그러한 합리성이 보장하는것은 바로 지속성이다. 경제도 여기에서 예외일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룰이 위선적정치인들과 그에 추종하는 매명지식인들에 의해 무너졌다.
지속가능한 구조를 파괴해가면서 이득을 모색하고,그것을 재건한다는 명분으로 이득을 모색하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출현은 바로 그연결과정 모습의 초기인것이다. 박근혜 역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결과가 어떨런지는 자명한것이다.
앞으로 박근혜가 신경써야할것은 이명박의 그것과 같다. 기만과 긴장이 바로 그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장악을 통해 진실은 정신병원에 쳐박아 감금시켜버리고 그러한 술책이 통하지 않는,즉 사회의 매춘적 착취규범에 고분고분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경찰력,공안력,독재력으로 철퇴를 내리쳐 격리하면 되는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수의 계략이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진보의 기만이 나온다. 진보는 늘 보수의 뒤에 서왔다. 시공의 측면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진보가 보수의 앞에서는 순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보수의 가면을 진보가 교환하는것일것이다.
녹색당같은것을 하면 세상이 천지개벽할것이라는등의 헛소리를 지껄이는 우석훈같은 부류가 그것이고,노회찬이 대통령되면 대한민국이 확 바뀔것이라는 진보신당부류가 그것이다. 이런 소리들은 하나하나 까놓고 보면 결국 보수 엉덩이 그 뒤꽁무니 쫓아다니다 그 앞으로 자리를 바꾸는 체형변화시도에 지나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녹색당,생태학,환경운동. 이런것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자기배를 채우며 사람들을 피말리는 이명박같은 쥐를 연상시킨다.
보수와 대결한다며 노조,위원회,시민단체등을 조직한후 끝없는 연배,서열,규율을 내세워가며 스스로부터가 끝없이 교조화,기득권화,꼴통화되어가는 진보류들의 종착지는 결국 자리바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정권교체다.
어떤 정신나간 자는 시대정신은 정권교체고 대세는 통합이라고 떠들어 대기까지 한다. 이 흐름을 거역하는 자는 가만두지않겠다는 협박 또한 기본이다. 무조건 합치자라고 해서 합쳤더니 소통과 배려는 없었다. 그래서 분열했더니 이번에는 통합만이 지상과제라고 외쳐댄다.
통합의 기만이 분열을 낳고,분열은 통합하라는 긴장을 낳는것이다. 기만과 긴장은 수꼴의 보증수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족같이 모두 모여 오손도손 살자라고 한다. 그러한 친근함은 세상의 기만과 긴장을 줄여내기는 커녕 오히려 가중시키는 해악의 근원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러한 묻지마 모여가 아니라 반대로 모두 꺼져 버려다. 무슨 정당이나 단체 그리고 그속에서의 지휘자가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고 동등하게 사유하고 행동하다 언제든 바람처럼 사라져버릴수 있는 유기체같은 네트워크다.
지금의 문제는 뭐가 없어서가 아니다. 뭐가 떨어져 있어서도 아니다. 바로 거기에 아무것도 없어서다. 전에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는것을 본적이 있다.
"슬픈한국님은 자꾸만 김대중 노무현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유일한 대안으로 말씀하시는데요. 좋습니다. 저도 그 두분을 좋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아닌가요. 따라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치고 진보류에 대한 비판도 자제해주시고 하면 참 좋을것같은데요. 아, 하나 더요. 그 유시민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는 글 좀 그만 쓰시면 안되겠습니까. 수많은정치인중에 이해찬,이정희,유시민등을 하필 좋게 보시는 이유가 정말이지 참 궁금하군요."

내가 민주당을 싫어하고 김대중 노무현정신을 중심에 두려는 이유는 그속에는 기만과 긴장이 없기 때문이다. 속박이 없고 따라서 탈피도 없기 때문이다.
이해찬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당을 버리고,의원직을 내던져버렸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정신을 계승하고 반성하며 발전적으로 이어나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은 민주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개혁이 불가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오직 막다른 국민적 압력에 직면해서야만 변모하는 시늉만 낼뿐이다.
유시민이 국민참여당을 선택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최종 바로직전 귀착지는 민주당의 민주화,개혁화 그리고 진보화다. 그리고 최종귀착지는 모든권력의 국민에게로의 되돌려줌이다.
"유시민은 왜 이렇게 당을 옮기나요?"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다. 그 놈의 당 하나 만들면 몇놈이서 좌지우지하며 평생 해먹으려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치고,분열하고,깨려들고. 이것저것 다해보는것이다.
과거 김대중이 거대야당의 총재이면서 꼬마야당에 통큰양보를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그 놈의 당 별것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정당은 민주주의의 요체다. 그 속의 당원들의 의사결정 역시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것은 그 정당을 이용해 구현할 정신이며 그 정신의 최종적 주인인 국민이다. 본말이 뒤바뀐것도 아니요,선후가 뒤바뀐것도 아니였다. 다만,가장 중요한것으로부터 역순으로 내려온것뿐이다.
슬픈한국이 이정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정희가 결국 민주노동당을 말아먹어줄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속의 연배,서열,규율,교조화,기득권화,꼴통화를 깨줄거라 기대하는것이다. 일천한 역사속에 벌써 거대한 철옹성처럼 자리잡은 진보의 위선적 가면을 확 벗겨내줄 재목인것이다.
지금 그 이정희가 유시민과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이 통합이 다른 통합과 다른 점은 합치려는것이 아니라 깨려는것이기 때문이다. 서민적 삶의 고달픔의 외면을 향한 친목이 아닌,그 고달픔을 가능케 해온 장벽을 두드리기 위한 결탁이기 때문이다. 특정정당이 아닌,김대중 노무현정신의 계승과 발전의 토대위에서 이루어내려는 구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이정희가 유시민의 손을 잡는것이 아닌 이정희가 이해찬의 손을 잡는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모든것을 보이지않는손으로 이루어 내게끔 하고 있는 힘의 근원이 바로 이해찬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이해찬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이명박에 이어 한국을 완전히 말아먹는 꼴은 결코 두고볼수 없다. 반드시 막아낼것이다." 이해찬은 그 키워드로 한명숙,문재인,이정희,유시민을 핵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진짜 키워드는 그것이 아니다.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이다. 그가 잡아주려는 진짜 손은 이정희와 유시민이 아니라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그 둘의 정신을 이어받은 적통정권인것이다. 과거 머리로서 민주개혁정권 10년을 열어젖혔던 이해찬이 이제 손으로서 이명박정권 5년을 쳐내려가고 있는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그손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쌍방향으로 질식시켜 들어가고 있다. 그 질식의 비명속에서 김대중 노무현정신이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속에 담겨져있던 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아름답고 눈부신 사랑이 부활하려 하고 있다. 그 위대한 부활의 조짐속에서 이해찬의 웅대한 정치적심혼이 느껴지고 있다.
역사에는 무한대의 길이 점철되어 있지만 오직 하나의 길로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