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프랑스발 소식이 안방의 지상파 뉴스에까지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제는 경찰추산 110만명, 노동조합추산 34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하고,
20대는 물론 고등학생들의 시위참가가 이번 시위의 새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연일 기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시위현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요?
고교생들, '결국 우리들의 문제. 청년실업률 높아지고 우리가 더 늙을때까지 일해야 하는 악법'
프랑스의 저녁 뉴스에는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번갈아 출연해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여당은 "야당이 고교생들을 선동해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고교생들은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표명할 수 있는 나이"라고 반박했지요. 지난 1968년에 일어난 68혁명도 학생들의 참여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온 만큼, 여야 밑 언론사들도 학생들의 시위참여가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각자 다른 논평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고교생 쥘리 알라르는 정년이 60살에서 2년 더 연장되는 데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 비비시 > (BBC)에 말했습니다. 정년 연장으로 퇴직자들의 수가 감소하면 결국 새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적으로 청년층의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취직문이 더욱 좁아진다는 불만도 큽니다. 플로랑 수비에는 "가뜩이나 취직하기 어려운데, 여당은 더 오래 일할 것을 강요하면서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연금개혁법안'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무엇보다 '우리들의 취업'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었겠지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슬픈 자화상
관련 기사에 다수의 댓글들이 달린 것을 보았습니다. 그중에 눈에 띄는 댓글은 이런 것이었죠. '명경지수'님과 '고구미'님의 댓글을 약간 편집하고 각색해서 제가 살을 붙여보았습니다. (이분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며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의 기억을 꺼내어 설명에 활용하셨습니다)
우리나라 노조법은 연금법 개정과 같은 법률개정은 정치적 사안으로 노동조합이 이에 대하여 파업을 벌이면 불법파업이 됩니다.
그리고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하여 엄격한 법집행을 외칠 것이고 보수 언론은 서민을 볼모로 불법파업을 한다고 선동을 합니다.
자영업자와 실업자들은 귀족 노조들이 배가 불러서 파업한다고 날리칠 것이고
어버이 연합 등 자칭 '보수 단체'들은 북괴의 지령을 받아 파업한다고 개스통들고 나올 것이며
교총등은 전교조 선생들의 선동으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고 악을 쓸 것입니다.
2008년 촛불집회를 볼까요. 이러한 여러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우리 촛불 시위 때 중고등 학생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회사원들도 많이 나와서 서울 광화문에만 100만이 모였었죠.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정부와 언론, 보수단체가 합심해서 시위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홍보하여 시민들 사이에 그러한 바람이 부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동시에 전투경찰이 군화발로 밟고, 물대포 쏘고, 몽둥이로 쫓아다니며 개패듯이 패고, 방패로 찍고 하는 공안정국의 위용을 확실히보여주는 바람에 시위는 잦아들었죠. 그리고 또하나, 그 와중에 열린 교육감선거에서 서울을 리틀MB라 불리던 공정택에게 내어줌으로써 '우리가 시위를 해봤자 바뀌는게 없구나'라는 절망감에 쐐기를 박게 됩니다.
20대의 신기한 침묵, 고요한 아침의 나라
참, 그리고 당시에 시위에 20대들이 안나온다, 20대들은 어찌 그리 자신의 문제에 대해 침묵하기만 하는가? 라는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들은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우리들은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어차피 나 한명 시위에 나간다고 별로 달라질 것도 없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입시지옥보다 가혹하다는 청년실업 백만시대이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더 좋은 학점, 더 좋은 인턴쉽과 어학연수, 더 좋은 토익점수, 더 많은 사회봉사활동 시간을 가져야 한다.' 라는게 그들의, 아니 우리들의 생각이었지요. 저는 그런 20대들의 항변 또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대의를 생각하는 마음에 앞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자신의 일에 흔들리는 것은 선사시대로부터 내려온 나약한 인간의 본성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우리들의 항변이 썩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문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는가'에서였죠.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 30% 감봉이라는 초특급 카드를 '잡 쉐어링'이라는 미사여구를 붙여서 대책이라고 내놓은 정부에 대해서 20대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초봉이 30%감봉되면 초봉만 감봉되던가요? 그들은 평생 받을 봉급이 30%가 깎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억원을 손해보는 무시무시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반응은 '30% 깎여도 좋습니다. 일단 취직만 시켜주세요! 그러면 뭐든지 열심히,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였습니다.
그렇다고 '잡 쉐어링'이 되었나, 즉 일자리가 늘어났나요? '청년인턴'제도가 도입되면서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매우 질이 낮은 일자리로 쪼개져 취업은 더욱 되지 않는 해괴한 모양으로 현실은 진행됩니다. 막상 일단 인턴에 합격하여 어떻게 백수에서 벗어난 청년들은, 인턴이 만기되어감에 따라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여기저기 취업원서를 넣어보지만, 내 다음 사람들의 인턴 TO를 위해서 더욱 더 줄어든 신입사원 모집인원을 보며 한숨을 쉬어야 하죠. 이렇게 20대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경제를 살렸으면 됫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먼저 침체를 극복했으니 그거면 된거 아냐?'라며 현 정부를 옹호하던, 고시공부를 하던 제 친구의 눈망울을 저는 아직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사회의 문제, 그리고 어른들의 문제가 어떻게 자신들에게 파급될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할 줄 아는 프랑스의 고등학생들과 대학생. 당장 나부터 살고 보아야 하니까 학점관리, 영어점수관리를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보다 어떻게 하면 앞서갈까를 고민하며, 평소에 뉴스와 신문을 멀리하다가 면접준비를 위해 시사상식사전을 펼쳐놓고 사회현상에 대해서 '열공'하는 대한민국. 이런 선명한 차이에 대해 부러움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는 건 저뿐일까요?
자고로 중산층이란...
우리나라 일간지들은 종종 다음과 같이 중산층을 정의내리고 기사를 씁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10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니고,
월 소득은 400만원 이상 되고 30평 이상 되는 아파트에 살며
2000cc 이상 된 중형차를 타야 한다.'
중산층의 조건이 '집, 차, 학벌, 소득'이란 것이죠.
그리고, 프랑스 전 대통령 퐁피두는 중산층을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중산층은 외국어 하나쯤 자유롭게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악기 하나쯤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접대를 할 줄 알며
사회의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설 줄 알아야 한다'
참고기사 : http://media.daum.net/foreign/view.html?cateid=1007&newsid=20101021092021435&p=hani